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방황하는 날 붙잡아 준 딸에게 바치는 공연입니다"

입력 2021-07-06 17:16   수정 2021-07-07 00:28

1975년 어느 날 부산시청 앞에 갓난아기가 버려졌다. 태어난 지 꼭 3일째 된 날이었다. 벨기에의 어느 교사 부부에게 입양돼 인구 2만여 명의 소도시 휘이에서 자란 그는 세계적인 음악가가 됐다. 한국계 벨기에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46·사진)다.

성호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2006년 처음 방한한 이후 TV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 벨기에와 한국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를 잡아준 건 두 살배기 딸 수아였다. 안정을 찾은 그가 딸을 위한 공연을 연다. 오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독주회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신을 위로해준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지난해 7월 딸에게 바친 음반 ‘아일랜드(섬)’ 수록곡도 연주한다.

최근 만난 그는 서툰 한국어로 “입양아라서 ‘내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음악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싶었다. 두 국가 사이에서 정착할 곳은 가족이었고, 특히 영감을 준 건 딸이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선 클래식 레퍼토리를 기타로 편곡해 들려준다. 드뷔시의 ‘달빛’과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선율을 기타 한 대로 풀어낸다.

한국 동요 ‘섬집아이’도 연주한다. 드니 성호가 2016년 창단한 앙상블팀 ‘코스트82’와 첼리스트 송영훈이 협연으로 무대에 함께 오른다. 그는 “어린 시절을 버티게 해준 작품들”이라며 “딸에게도 내가 느낀 감정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니 성호가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인 IMG와 전속계약을 맺은 후 처음으로 여는 공연이기도 하다. IMG는 현재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피아니스트 예브기니 키신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IMG에 발탁된 건 드니 성호가 두 번째다.

일곱 살 때 처음 기타를 잡은 드니 성호는 열네 살에 벨기에 영 탤런트 콩쿠르에서 우승해 주목받았다. 벨기에 왕립음악원을 거쳐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음악원을 졸업했다. 2005년 유럽콘서트홀협회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선정됐고, 그가 2007년에 낸 레오 브라우어 커버 음반은 독일 클래식 잡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음반 100’에 들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 VVIP 공연 총괄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입양아라는) 개인사 때문에라도 자신을 끝없이 증명해야 했고 남들보다 치열하게 연습했다”며 “빠르게 연주하는 데 몰두했던 20대 시절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부드러운 기타 선율에 담긴 아름다움을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